예측 불가능 `진성난수`의 세계
암호에 쓰이는 규칙 없는 수 `난수`
보안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쓰여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생성한 난수
공식대로 만들어내 해커의 표적
소금결정·유전자 구조·라바램프…
완벽한 무질서로 암호 만들어
해킹 원천차단하려는 노력 계속
암호에 쓰이는 규칙 없는 수 `난수`
보안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쓰여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생성한 난수
공식대로 만들어내 해커의 표적
소금결정·유전자 구조·라바램프…
완벽한 무질서로 암호 만들어
해킹 원천차단하려는 노력 계속
난수는 주기도 없고 규칙도 없는 '무작위의 수', 즉 예측이 불가능한 수다. 일례로 1, 3, 5, 7이라는 수가 나열돼 있으면 다음 숫자가 9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지만 난수는 규칙성이 없기 때문에 앞에 나열된 수를 토대로 뒷자리 수를 예측할 수 없다. 이 난수는 모든 암호보안 시스템의 핵심 요소다. 컴퓨터와 이동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를 암호화하는 데 쓰인다. 통신 내용을 전송할 때 암호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누구나 통화 내용을 도청할 수 있다. 컴퓨터로 웹 서핑을 할 때도 암호보안 시스템이 없다면 쉽게 개인 기록이 확인된다. 온라인 뱅킹과 카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개인정보를 보호해주는 암호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확실한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은 가장 불확실한 숫자, '난수'인 셈이다.
초기에는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난수를 만들었다. 사람이 판단하기에는 무작위로 보여 난수로 취급을 하지만 정해진 알고리즘으로 만들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난수라고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컴퓨터가 만든 난수는 '난수를 흉내 낸 수', 즉 의사난수라고 불린다. 이러한 난수는 알고리즘만 파악하면 난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일례로 최초로 컴퓨터를 활용해 난수를 만든 미국의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은 무작위 수를 만들기 위해 '중앙제곱법'이라는 알고리즘을 썼다. 난수를 계속 만들어 내기 위한 씨앗, 즉 '시드(Seed)'라고 불리는 임의의 수를 제곱하고, 제곱해 나온 수 일부분을 또 제곱하며 난수를 얻는다.
이 의사난수들은 겉보기엔 난수이지만 사실은 법칙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 법칙을 누군가가 파악할 경우에는 방어벽이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KAIST는 지난해 8월 반도체의 확률적 거동을 이용한 진성난수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소는 진성난수를 추출하기 위해 모트 전이 소재에 주목했다. 모트 전이 소재는 특정한 온도에서 전기 전도도가 부도체에서 도체로 이동하는 전이 소재다. 이 소재에 전류를 흘려 가열하면 부도체 상태와 도체 상태가 주기적으로 변하면서 생기는 진동을 발견할 수 있다.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모트 소재의 가열과 냉각이 반복될 때 열의 생성과 발산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또한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특성을 진성난수로 변환해주는 반도체칩 형태의 진성난수 생성기를 설계·제작해 진성난수를 성공적으로 수집했다. 기존 전자기기와 호환도 가능해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보안을 위한 암호화 하드웨어로도 활용할 수 있을 예정이다.
이외에도 박테리아가 성장하고 증식하는 방법이나 DNA 시퀀싱 데이터로 난수를 만드는 시도도 있다. 우주배경복사(CMB)에서도 난수를 생성한다.
2020년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협력해 출시한 스마트폰에도 양자난수를 생성하는 칩셋이 탑재됐다. 이 휴대폰은 양자난수를 통해 일부 개인정보의 이중 보안이 가능하다. LED 광원부가 빛(양자)을 방출하고, 이 빛을 CMOS 이미지센서가 감지해서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난수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방사성동위원소를 통해서도 양자난수를 만들 수 있다. 방사성동위원소는 자연에서 저절로 붕괴되면서 입자를 방출하는데, 입자가 방출되는 시간이 무작위다. 동위원소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숫자로 전환해 초소형 난수를 만들 수 있다. 지난해 9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공동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방사성동위원소인 니켈-63 베타선으로부터 난수를 생성하는 핵심 회로를 집적화해 작은 칩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베타선은 에너지가 작기 때문에 방사선 검출 센서에 영향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사용할 수 있어 난수를 고속으로 생성할 수 있다.베타선은 투과성이 없고 얇은 플라스틱으로 차폐되므로 안전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금까지는 소형화한 검출 센서와 신호 처리 칩이 개발되지 않아 실용화가 불가능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베타 양자난수 발생기를 1.5㎜ 크기 칩으로 소형화해 실용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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