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작업, 갈등의 실체…구조의 오해와 진실 30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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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4.04.25. 오전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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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 l 팽목항(진도)=김수지·김미겸·김효은기자] 상황 1. 전남 진도 팽목항. 임시 상황실 앞에 붙은 A4지의 내용이다.

"저녁 11시 30분부터 아침 05시 50분까지 배안에 3층, 4층 수색을 중단 했습니다. 언론에서 말하는 밤샘 작업은 거짓입니다. 단, 배 밖에서는 수중 작업을 실시 했습니다."

실종자 가족은 "언론의 밤샘 작업은 거짓말"이라면서 "배 밖에서 수중 작업만 진행했다"고 성토했다. 여전히 실종자 구조작업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상황 2. 팽목항, 민간잠수협회 천막 안. 한 자원 봉사자의 현장 철수 인터뷰다.

"민간 다이버 100여 명이 철수했습니다. 수백 명이 왔지만 물에 들어간 사람은 몇십 명에 불과합니다. 사고해역에서 대기만 하다 돌아옵니다."

일부 민간 잠수사들은 해경과의 소통 부재를 말했다. "수색작업을 지휘하는 해경과 전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다시 찾은 팽목항, 여전히 서로를 의심하고 있다. 이번에는 3각 갈등이다. 가족과 해경, 민간과 해경이 불신의 주체다. 한 마디로 民·官·家의 불통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오해가 반복됐고, 이해가 부족했다. 언론도 한 몫했다. 단독 경쟁 속에 검증 과정 자체를 무시했다. 이는 불신과 갈등을 만드는 촉매제가 됐다.

'디스패치'가 세월호 침몰 현장을 다시 찾았다.

침몰 당시, 가장 빨리 현장을 찾은 대마도(진도) 주민을 만났다. 김진수 이장과 김문욱 청년회장, 김대열 어촌계장은 해경보다 먼저 도착해 학생 10여 명을 구했다.

민간을 지휘하는 한국해양구조협회 황대식 본부장과 이야기도 나눴다. 구조 작업에 참여한 수중환경협회 백상훈 경북본부장, 특수임무유공자회 이정구 단장 등도 만났다.

오해는, 이해하면 풀린다. 수색구조에 관한 궁금증 30가지다. 이들 인터뷰이를 포함, 4일간 총 10여 명의 관계자를 만났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의 말까지 종합해 작성했다.

1. 일부 민간 잠수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해경이 투입을 막는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A매치를 생각해보자. 국가대표가 나서야한다. 그래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을 못한다. 마찬가지다. 공을 좀 찬다고 "왜 나를 선발하지 않냐"고 생각해선 안된다. 어쨌든 해경이 감독이다. 그들이 구상한 작전에 따라줘야 한다.

2. 그래도 기본적으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지원하는 게 아닌가.

다이빙을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여기 오는 대부분은 레크레이션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물론 레져 다이빙을 한다고 과소평가하는 건 아니다. 다만, '레스큐'(rescue)나 '서치'(search) 쪽은 고도의 심화 교육을 거쳐야 한다.

그런 훈련은 SSU나 UDT, UDU, HID, 해경 특구단, 혹은 특전사 탐색전대에서 받는다. 이 부대에서 적어도 4년 이상 복무한 뒤 산업 잠수사 등으로 활약한 사람들이 실제 작업에 투입된다. 어쩔 수 없다. 의욕만 갖고 넣을 수 없는 상황이다.

3. 바다 위에서 대기만 하다가 돌아간 사람들이 많은가.

사고 해역의 특수성 때문이다. 정말 거칠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작업할 시간이 얼마 없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루에 투입되는 인원은 30~50명 정도다. 500명이 왔다해도 실제로 들어가는 민간 지원자는 10명도 안된다. 

4 그럼 실제 작업에 투입되는 민간 잠수사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자원 봉사자가 아니라 사설 용역업체가 많다고 들었다.

해양사고가 나면 수난구호법에 의해 용역업체를 지정한다. 국내의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이하 '언딘')라는 업체가 계약을 체결해 구조에 나서고 있다. 국내 유일한 ISU(국제수중공사협의회기구) 멤버다. 엄밀히 따지면 이들도 민간 잠수사라 부른다.

이처럼 산업 잠수사로 활동한 경험자를 우선 투입한다. 그리고 특수부대 출신들은 오랜 기간 구호활동에 참여했다. 손짓 하나로 통하는 선후배들이다. 그들이 호흡을 맞춰 들어간다. 그렇다보니 일반 자원 봉사자에게 기회가 안돌아가는 건 사실이다.

 

◆ 사고 수습 초반, 홍가혜가 울분을 토했다. 해경이 민간 잠수사의 구조활동을 막고 있다는 것.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실제로 작업에 투입된 민간요원들은 의욕만 앞선 자원 봉사자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했다.

5. 현장에서 홍가혜를 목격했다고 들었다.

홍가혜는 민간 단체를 통해 자원봉사를 신청한 경우다. 해경 파출소에 가서 자신이 직접 가야한다고 억지를 부렸고, 해경은 어쩔 수 없이 배를 지원했다. 한데 현장에서 확인하니 라이센스도, 장비도 없었다. 그런 상태로 들어갔다간 사고난다.

6. 일각에서는 자원 봉사자들이 실질적인 구조에 방해가 된다는 이야기도 한다.

민간 잠수사들은 생업을 팽개치고 현장으로 달려온 사람이다. 실종자를 구하겠다는 그 선의에 감사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1분을 못견디고 올라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경험한 곳과 완전히 다른 바다이기 때문이다.

7. 실종자를 찾다가 잠수사를 구해야하는 일도 발생하겠다.

그것이 자원 봉사자에 대한 딜레마다. 베테랑 잠수사도 유속에 휩쓸려 떠내려 갈 때가 있다. 일반인들은 절대 견딜 수 없다. "내가 구조에 참여했다"고 인증하기 위해 현장에 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을 위해 군관의 인력 및 장비를 낭비할 수 없지 않은가.

적어도 자원 봉사자라면 어떤 환경에서도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봉사가 아니다. 만약 섣부른 투입으로 사고가 난다면, 수색 작업을 멈추고 그들을 구하는 데 인력과 시간을 쏟아야 한다.

8. 실종자 가족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상황아니겠는가.

실종자 가족의 답답한 마음은 이해한다. 민간의 '머구리' 방식이 수색 초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확한 건, 실력있는 민간 잠수사를 배제한 게 아니다. 검증되지 않은 자원 봉사자들을 제외한 것이다. 그 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비난해서는 곤란하다.

◆ 24일이 마지막 소조기다. 조석간만의 차가 가장 작은 때다. 어쩌면 지금이 실종자를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가 143명이다. 가족들의 피가 마르고 있는 상황. 구조작업은 원할하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9. 22일에도 실종자 가족의 항의가 있었다. 언론에서 보도한 '밤샘작업'이 거짓이라는 주장이다.

아들 딸이 칠흙같은 바다에 있다. 밖에 있는 가족들이 더 힘들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도 안다. 죄송하다는 말 밖에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

지금은 소조기다. 더욱이 정조라면 (물 안이) 잠잠해야 한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면 또 다르다. 여전히 유속은 빠르다. 심지어 시속 3~4노트가 나올 때도 있다. 변명같지만, 24시간 할 수 없는 환경이다. 이 바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

10. 물 속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ISU와 같은 국제협회에서도 '파도 1.5m 이하, 유속 1노트 이하, 시계 5m' 등에서선 업무 수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한다. 사고 해역의 경우 그 기준을 넘어선다. 소조기라 유속이 잦아 들었다 해도 시계는 여전히 암흑이다.

현재 가이드 라인을 많이 확보했다. 그래서 선체 진입은 빨라졌다. 들어가서가 문제다. 랜턴으로도 한계가 있다. 내부 수색 중 선체 난관과 부딪혀 마스크가 벗겨지기도 한다. 호흡기 밧줄이 빠질 때도 있고, 산소통이 로프에 걸릴 때도 있다.

11. 구체적으로 비유를 한다면?

한 밤에 물대포를 맞으면서 63빌딩을 돌아 다닌다고 생각하면 된다. 세월호의 길이는 146m로 40층 짜리 빌딩 높이다. 육상이라면 발을 디딪고 나가면 된다. 그러나 물에서는 다르다. 게다가 한 손으로 로프를 잡고, 다른 손으로 랜턴을 들어야 한다.

그렇게 물살을 맞으며 더듬거리며 찾고 있다. 또한 건물이 뒤집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책상, 의자, 소지품 등이 떠 다니다. 그 속에서 물건을 밀어내면서 진입한다. 그래서 수색이 힘들고 구조가 난항이다.

◆ 사고 9일째다. 현재까지 159명의 시신을 찾았다. 아직 남은 실종자가 143명. 이제 겨우 반 정도 찾은 셈이다. 희망이 있을까. 지금까지의 작업과, 앞으로 진행할 작업 등이 궁금했다.

12. 민관군 합동 수색팀이다. 어떻게 나누어서 작업을 수행하는가.

세월호는 5층짜리 배다. 먼저 2,3,4층에 가이드 라인을 걸었다. 실종자들은 주로 3,4층에 머물고 있다. 민간팀과 해경 특조단은 3층을 공략하고 있다. 해군 SSU 등 특수부대원은 4층에서 작업중이다.


13. 좀더 구체적인 수색작업 프로세스를 부탁한다.

가이드 라인이 중요하다. 생명줄이 늘어날 수록 잠수사의 투입도 많아진다. 현재 5개의 라인이 설치됐다. 하지만 바다 속에는 더 많은 줄로 연결돼 있다. 즉, 선체로 들어가는 줄은 5개지만 그 안에서 여러 방향으로 줄이 갈라져 있다.

예를 들어, 18일에 바지선에서 선체의 선미까지 연결했고, 19일에 선미에서 선실까지 이었다고 하자. 18일에는 같은 시간에 1팀 밖에 못내려가지만 19일에는 2팀이 연달아 내려가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질 수 있다.

14. 그런데 잠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시간차로 들어가면 누가 어디까지 수색했는지 확인이 어려울 것 같은데.

가이드 라인에 '라이트 스틱'을 설치한다. 낚시할 때 쓰는 야광봉과 비슷한 것이다. 이 생명줄에 라이트 스틱을 꽂아 놓고, 작업 구간에 진입할 때 마다 하나씩 꺾는다. 잠수사 끼리의 오버랩을 막기위해서다. 교대자는 불이 켜지지 않은 부분부터 수색하면 된다.

15. '머구리'와 '스쿠버'의 역할은 따로 있는건가.

'머구리'는 민간 잠수사들이 쓴다. 해군과 해경에선 사라진 장비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머구리'는 표면에서 산소를 공급받는다. 좀 더 오래 작업할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선체 내부에선 사고 위험도 있다. 선이 꼬여 산소 공급이 차단될 위험도 있다.

스쿠버는 잠수 시간이 짧다. 20~30분 내외다. 작업 환경이 거칠 수록 숨이 가빠진다. 산소를 소비하는 시간이 더 짧아진다. 반면 활동성은 좋다. 선체에 진입하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머구리와 스쿠버를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

◆ 머구리의 단점, 스쿠버의 한계 때문에 대두된 것이 '다이빙벨'이다. 논란도 있다. 한 쪽에서는 다이빙벨 실효성을 이야기하고, 다른 쪽에서는 무용론을 말한다. 다이빙벨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했다.

16. 이제 다이빙벨을 모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어떤 효과가 있나.

이종인 대표가 20시간 동안 잠수할 수 있다고 말해 '구원투수'로 등장한 장비다. 쉽게 말해 '종'으로 만든 에어포켓, 즉 휴식공간이라 볼 수 있다. 잠수사들이 작업을 하다 지치면 벨 속에 들어가 상단 에어포켓에서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다.

물론 바다 위로 오르 내리는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 벨에 들어가서 쉬면 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좋다. 하지만 실지로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맹골수도처럼 험한 바다에서 다이빙벨을 사용한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17. 작업 시간의 한계 때문에 다이빙벨이 대두된 것 아닌가.

국내에서 2번째로 유속이 빠른 곳이다. 다이빙벨을 물 속에 내렸다고 치자. 바다 속에 종이 하나가 있는 것과 같다. 고정 방식이 아니기에 유속에 따라 흔들린다. 그럼 종 안에 사람을 가둬 놓는 꼴이다.

어차피 잠수사 1명이 20시간을 연속으로 작업할 수 없다. 하루에 1~2회가 최선이다. 게다가 여기 수심은 37m다. 수면까지 올라가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만약 수심이 고요한 깊은 해저라면 다이빙벨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곳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

18. 이종인 대표는 천안함 사태 때 좌초를 주장하며 정부와 맞선 인물이다. 때문에 정부에서 다이빙벨의 접근을 막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을 폄하하는 게 아니다. 애초 민관군 합동 수색팀에서 회의론이 나왔다. 이곳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의 요청이 있었고, 또 어떤 방법이든 해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결론부터 말해 설치를 막은 게 아니라, 설치를 못했다. 이종인 대표 역시 크레인을 이용해 벨을 설치하려 했다. 이 경우 바지선의 앵커(anchor) 라인이 교차할 수 밖에 없다. 서로에게 위험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 잠수사들의 고생은 안다. 어쩌면 생명을 걸고 생명을 찾는 일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 실종자 가족들은 답답하다. 눈으로 직접 확인한 선내 상황이 궁금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없었을까.

19. 팽목항에 있는 가족대책본부에는 시신의 인상착의가 적혀있다.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신체 특징 등이다. 부패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인데?

사인, 시점 등은 전적으로 의사가 판단할 문제다. 우리는 사망자도 생존자라 생각하고 끌어 올린다. 죽음에 대한 판단은 우리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육안으로 봤을 때 시신의 부패가 빠르게 진행되진 않았다.

20. 부패가 느리다는 건 최근까지 살아있었다는 증거인가.

절대 단정지을 수 없다. 섣부른 추측은 금물이다. 다만, 아직 바닷물이 차갑다. 부패 시간이 느릴 수는 있다. 경험적으로는 전날 먹은 음식에 따라 시신 상태가 다른 것 같다. 부패가 빠른 음식을 먹었을 경우 장내 가스가 빨리차기도 한다.

21. 시신의 상태를 보니 더욱 아쉽다. 욕심이겠지만 더 빨리 찾을 수는 없을까. 내부 진입이 힘들면 외부에서 유리창을 깨는 방법은?

선내 3~4층 우현 쪽은 이미 유리창을 깨고 작업 중이다. 반대편은 섣불리 깰 수 없는 상황이다. 물이 빠져나갈 때 선내의 시신이 같이 흐를 수 있다. 밖으로 빨려 나가면 못찾을 가능성도 크다. 유속이 빨라 유실 가능성이 있다.

22. 구조 작업의 또 다른 어려움은 없을까. 예를 들어 시신의 위치 등이 궁금하다.

사망자 대부분이 천장에 있다. 구명조끼 때문이다. 부력에 의해 위로 뜬다. 시신을 인양할 때도 장애다. 잠수사는 출입구로 내려가야 하지만, 구명조끼는 위로 뜨려고 한다. 구명조끼를 자르고 수습한다.

◆ 사고 당일, 구조 작업에 나선 '대마도' 어민 역시 구명조끼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진수 이장은 "배가 가라 앉는 상황이다. 실내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있으라는 건 최악의 지시"라고 안타까워했다.

23. 구명조끼, 영어로 '라이프 자켓'이다. 구명조끼 착용이 최악의 한 수가 된 건가.

구명조끼를 입고 선실 안에서 대기하라고? 적어도 배를 아는 사람이면 절대 그런 지시는 못내린다. 선실 안에서는 조끼를 들고 있어야 한다. 탈출이 불가할 때 착용하는 게 맞다. 선실 밖이라면 당연히 구명 조끼를 차고 있어야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배가 쏠려서 넘어졌다. 선실 내부로 물이 들어온다. 그 물의 압력은 출입문을 막는다. 출입구는 바닥이 되고 구명복을 입은 사람은 천장으로 향한다. 어떻게 내려가서 문을 열 수 있겠는가. 구명조끼가 살인조끼가 된 셈이다.

24. 유리창을 깨면 되지 않나. 부력에 의해 유리창 밖으로 빠져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더이상 말 할 필요도 없다. 초기 대응은 두고 두고 아쉽다. 어선이 먼저 도착했고 뒤이어 해경이 왔다. 그런데 그 누구도 유리를 깨지 않았다. 선장이 탈출하면서 선실 내부 상황을 고지하지 않은걸까. 전체적인 매뉴얼 자체가 없었던 것 같다.

25. 한 합동 수색팀 관계자는 민간 어선의 용기를 높이 샀다. 만약 배가 넘어지며 파도를 일으키면 모두 다 죽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고?

 

모르겠다. 그저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야 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안했다. (특히 김진수 이장은 김대열과 김문욱의 초기 역할을 칭찬했다.) 그리고 22일까지 생업을 멈추고 혹시 유출된 시신은 없는지 계속 찾아 다녔다.

26. 또 다른 목격자에 따르면 수색 구조 전문요원은 오지 않았다고 한다.

어쨌든 배 안의 사람을 구하기 위한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바다에 떠내려온 사람을 구조하기 바빴다. 그렇다고 민간이 함부로 배의 유리창을 깰 수도 없다. 해경과 어선 대부분 바다에 딸어진 사람을 구하기에 바빴다.

27. 배가 가라앉기까지, 탈출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나?

적어도 탈출 경고만 빨리 내렸다면, 많은 학생들이 빠져나왔을 것이다. 선체 밖에만 있었다면 더 많이 구하지 않았을까. 민간 어선을 포함해 많은 배들이 몰려왔다. 바다 위에만 떨어졌어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 사고가 날 때 마다 대비책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늘 제자리 걸음이다. 개선점을 이야기하지만 그 때 뿐이다. 세월호는 가라 앉았다. 그리고 수많은 젊음이 희생됐다. 남은 숙제는 무엇일까.

28. 세월호 침몰은 110% 인재다. 선장의 문제는 차치하자. 그 다음 순서는 완벽했는가. 심지어 최초 출동한 해경 장비를 보면 한심한 수준이다.

해양 재난 사고에서 제일 필요한 장비는 헬기다. 미국의 경우 민간해양구조단체가 보유한 헬기만 292대다. 민간이 그 정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미 해군은 얼마나 많은 장비를 보유하고 있겠는가.

헬기가 필요한 이유는 '시간'이다.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 배는 전속력으로 달려도 사고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안타까운 건, 우리 해경은 소형 헬기만 보유하고 있다. 대형 헬기면 바스켓 용량도 클 것 아니가. 보다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

29. 해경이 도착을 했지만 구조 및 수색에 나설 사람은 부족했던 것 같다.

우리는 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다. 미리 대비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일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아쉽다. 해경의 경우 특수구조단을 운영한다. 단, (해양) 경찰청에만 존재한다. 경찰서에는 없다.

최초 도착한 해경은 이런 사고가 낯설 수 밖에 없다. 수색 및 구조에 대한 매뉴얼 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초기 대응이 미숙할 수 밖에 없다. 눈 앞에 보이는 사람을 구출하는 데 급급했던 이유다. 문제는, 이는 민간 어선도 할 수 있는 조치라는 것이다.

30. 다시 말하면, 콘트롤 타워의 문제 아닌가. 지휘 체계의 일원화는 불가능한가.

해상교통관제센터의 경우 관할 당국이 쪼개져 있다. 항만 근처 15곳은 해양수산부가 관리한다. 진도와 여수는 해양경찰청이 따로 맡는다.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관할이 다르다보니 정보 교환에 문제가 있다. 이는 사고 초기 대응에 발목을 잡았다.

미국에는 '연안경비대'(USCG)가 해상을 책임진다. 국토안보부 산하로 해안경비 및 구조 구난을 목적으로 하는 군사 조직이다. 해양에서의 인명구조 및 범죄척결 등 강력한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우리는, 부서의 이기주의가 먼저다.

<사진 l 팽목항(진도)=김용덕·서이준기자, 해경,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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