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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반도체 유리기판 생태계]켐트로닉스, TGV 시장서 필옵틱스 격돌하나

①레이저 공법 차별화 TTV 기술 결합, 삼성전기 예비 파트너 낙점 조영갑 기자 | 공개 2024-05-13 09:12:50
[편집자주] '꿈의 기판'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유리기판(글라스기판) 시장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인텔이 선행 투자를 한 가운데 SKC, 삼성전기 등 국내 메이커들도 참전하고 있다. 코스닥 섹터의 벤더사 움직임 역시 빨라지면서 가치를 재평가 받는 분위기다. 더벨은 싹트는 유리기판 생태계를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8일 13:46 더벨 유료페이지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TV·가전제품 모듈(PBA) 사업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케미칼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켐트로닉스'가 유리기판 시장의 맹아로 주목받고 있다. 대형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삼성전기의 예비 파트너로 낙점된 덕분이다. 시장에선 최근 TGV 양산공급에 성공한 필옵틱스와 비교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결이 달라 양산기술이 정립되면 한쪽으로 무게추가 쏠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8일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켐트로닉스는 현재 삼성전기와 LPFK 등과 손 잡고 TGV(글라스관통전극) 관련 기술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LPFK(LPKF 레이저 앤 일렉트로닉스)는 독일 니더작센주에 소재한 레이저 기반 가공 솔루션 기업이다. 약 40년 업력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의 전자제조, 자동차, 태양광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유리기판 개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지난해 유리기판 관련 투자를 내부적으로 확정하고, 유리기판 공정 기술의 핵심인 TGV 양산 개발을 위해 켐트로닉스, LPKF 등과 일종의 R&D(연구개발) 컨소시엄을 구성, 1차적으로 시험용 장비를 구매해 현재 유리기판 TGV 양산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수율은 알려지지 않았다. 파일럿 테스트인만큼 유의미한 수율은 아니라는 전언이다.

이 소식이 시장에 알려진 4월 초 켐트로닉스의 주가는 기존 2만2000원 대에서 거래량이 급증, 하루 만에 2만8500원 선을 넘겼다. 7일 종가 기준으로 3만500원을 기록했으나 8일 다소 주가가 빠지면서 2만9000원 대로 내려 앉았다. 시가총액은 4500억원 수준이다.

유리기판 양산 공정은 기술 개발 중이다. 기술적 난제가 산적해 있다. 현재 알려진 공정 프로세스는 코닝(Corning)이나 일본 NEG(일본전기초자), 독일 쇼트(SCHOTT) 등의 글라스 메이커가 유리기판 소재를 유리기판 양산 메이커에 공급하면 유리기판 메이커가 이를 TGV 공정, 구리도금, 에칭(ethcing), 슬리밍(slimming) 등 후가공을 해 완성품을 만드는 구조다. 선제적으로 유리기판 양산 투자에 나선 인텔이나 SKC 앱솔릭스의 경우 이 후공정 과정을 협력사들과 손잡고 수행하고 있다.

켐트로닉스는 공정 과정에서 에칭(식각)에 해당하는 공정에 특화된 제조사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오랫동안 협력사 관계를 유지하면서 후공정 에칭 프로세스의 물량을 도맡아 진행했다.

최근에는 애플이 아이패드 등에 OLED 8.6G 원장을 적용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 관련 협력사 켐트로닉스가 직접적인 수혜를 받았다. 켐트로닉스는 삼성디스플레이 애플 OELD 공정 라인에서 후공정 식각 프로세스를 단독 수행하는 협력사다. 애플이 Rigid(경성)와 플렉서블(연성) OLED의 장점을 취한 '하이브리드 OLED'를 제품에 탑재, 출시하면서 켐트로닉스의 OLED 식각 기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TTV(Total Thickness Variation) 컨트롤 기술을 앞세우고 있다. 이른바 '총 두께 편차' 컨트롤이다. 켐트로닉스가 OELD 식각 분야에서 구축한 노하우를 유리기판으로 변용한 기술인데, 극도로 얇은 글라스 기판의 평탄도를 잡는 기술로 이해하면 쉽다. 유리기판은 코어 역할을 하는 글라스의 평탄도가 잡히지 않으면 ABF(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 적층 과정에서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데, 이를 켐트로닉스가 TTV 공정 기술로 컨트롤하는 셈이다.
▲켐트로닉스는 자사 홈페이지에 기존 특화기술인 슬리밍 등과 함께 TGV를 올려두고 있다. 자신감을 표출로 보인다.(출처=켐트로닉스 홈페이지)
켐트로닉스는 TTV 공정에 더해 기판에 비아홀을 뚫어 전극 통로를 새기는 TGV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TGV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현재 TGV 공정 장비는 필옵틱스가 가장 앞서고 있다. 최근 주요 고객사에 첫 양산 출하를 하면서 반도체 업계 전체의 이목을 끌었다.

켐트로닉스가 TTV 기술을 앞세우는 까닭은 레이저로만 홀을 뚫어서는 원하는 형상을 만들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데, TTV를 접목하면 두께와 평탄도를 컨트롤하면서 원하는 형상의 홀을 뚫을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켐트로닉스는 필옵틱스처럼 독자적인 레이저 광원을 갖고 있지 않다. 이 부분은 LPFK의 힘을 빌릴 것으로 보인다. 향후 ASP(공급단가) 문제와도 결부된다.

다만 삼성전기가 필옵틱스와 손을 잡을 경우에는 켐트로닉스의 입지가 현재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전기는 잠재적 경쟁사(앱솔릭스, LG이노텍 등) 대비 TGV 공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 다양한 회사들과 접촉하고 있다. 켐트로닉스가 TGV 시장의 우위를 점하고자 하지만, 독자적 레이저 광원을 보유한 필옵틱스를 '간택'할 경우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식각-TGV를 나눠 발주할 가능성도 있다.

필옵틱스의 TGV 솔루션인 'Tronada-500'은 LPKF TGV 설비 대비 수율과 스펙이 우위인 것으로 파악된다. TGV 기술의 경쟁력은 특정 시간에 500mmX500mm 유리기판을 가공하는 '스루풋(Throughput·처리량)'인데, 필옵틱스의 제품은 수십만 개 수준에 이르는 유리기판 전극 통로를 1~2시간에 가공할 수 있는 처리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켐트로닉스 관계자는 "고객사 NDA 사항이라 기술적으로 원론적인 수준 외에는 현황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면서 "현재 고객사 파일럿 테스트 중이기 때문에 아직 본격적으로 설비 투자가 진행된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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