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보면 재채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직사광선을 볼 때 코가 간질거리고 재채기가 나온다면 ‘아츄 증후군(ACHOO)’을 가진 사람이다.
아츄 증후군ACHOO(Autosomal dominant Compelling Helio-Ophthalmic Outburst syndrome)은 상염색체 우성 유전자가 일으키는 돌발성 태양 시각 증후군으로 풀이할 수 있다. 간략히 말해 ‘빛 재채기 반사(Photic sneeze reflex)’라고도 한다.
아츄 증후군은 전 세계 18~35%의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꼭 햇빛에서만 나타나는 증상은 아니다. 깜깜한 곳에서 형광등 불빛이나 플래시를 볼 때도 가능하다.
아츄 증후군은 유전자 탓?
아츄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의 유전자에 공통점이 발견됐다.
2010년 유전자 분석 회사인 ‘투애니쓰리앤미(23andMe)’의 니콜라스 에릭슨(Nicholas Ericsson)이 이끄는 유전학자들은 1만여 명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아츄 증후군과 연관된 두 개의 단일 뉴클레오타이드 다형성(SNPs)을 확인했다. 이 단일염기 다형성의 복제가 1.3배 증가할 때마다 빛 재채기 반사가 나타난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빛 재채기 반사를 담당하는 유전자는 2번 염색체에 있으며, DNA 염기 서열의 글자가 T에서 C로 바뀌었을 때 아츄 증후군이 나타났다.
이 유전자는 우성이기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에게서 물려받아도 발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몸에서 햇빛은 어떻게 재채기를 유발할까?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햇빛을 보면 재채기를 하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그의 책 ‘문제들(Problems)’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태양이 재채기를 유발하는 이유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태양빛에서 나온 열이 콧속의 땀을 유발하고, 이 콧물이 안개처럼 분산돼 재채기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만약 열 때문에 재채기가 나오는 것이라면, 눈을 감고 태양을 볼 때도 재채기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눈에서 빛을 감지해야 생기는 증상이므로 더 나은 가설이 필요하다.
빛 재채기 반사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1954년이 되어서야 의학지에 다시 등장한다. 아쉽게도 현재까지 광 반사 재채기를 일으키는 메커니즘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강력한 빛에서 발생한 시각 자극이 삼차 신경(trigeminal nerve)을 통해 코를 자극해 재채기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삼차신경은 다섯 번째 두개골 신경으로 알려진, 머리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한 쌍의 신경이다. 눈과 비강, 턱으로 세 개의 큰 가지가 이어지기 때문에 삼차 신경이라 불린다. 이 가설은 동공을 수축시키는 시신경과 코가 가려운 감각을 감지하는 삼차 신경 부분이 교차한다고 가정한다. 이 때문에 강력한 시각 자극을 받으면 삼차 신경의 반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다른 가설은 부교감 신경의 일반화에 의한 현상이다. 강한 빛을 받아 동공이 수축하면, 코 점막과 같은 다른 부분의 신경계도 함께 활성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 가설 모두 단일 가족이나 소규모 집단에 대한 사례 연구에 기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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