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예능, 보고 계신가요?
구현모  "T1의 2024 MSI 우승을 기도합니다. 간절하게."
여러분들은 TV 예능을 보시나요? 전 10대 시절 분명히 TV에 빠져 살았습니다. 평일에는 《하이킥》과 《라디오스타》, 주말에는 《엑스맨》과 《무한도전》 그리고 《1박 2일》과 《개그콘서트》를 보는 게 취미였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그런 자극적이고 재밌는 예능들은 없고, 관찰 예능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가 과거 무한도전처럼 소위 '하드코어한' 예능을 그리워하지만, 좀처럼 찾아볼 수 없죠. 수요는 있는데, 왜 공급이 없을까요?

오늘은 비디오, 아니 텔레비전 키즈가 과거와 같은 레전드 예능이 왜 탄생할 수 없는지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1. 솔직히 방송국 프로그램 못 보겠습니다
2. 못 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3. 그래도 예능엔 기회가 있다

솔직히 방송국 프로그램 못 보겠습니다

전 TV, 아니 방송국의 이름으로 송출되는 예능을 거의 안 보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항상 무한도전과 1박 2일 그리고 《크라임씬》 등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대표되는 육아 예능과 《나 혼자 산다》로 대표되는 관찰 예능이 대세를 이루면서 전 방송국에서 송출되는 예능은 아예 끊은 듯합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우선, 돈 많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별로 궁금하지 않습니다. 억지로 생생하고 털털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도 어색하고, 돈 많은 사람들의 여유로운 하루를 보면 괜히 심사가 뒤틀립니다. 근데 그렇게 기분이 나빠지면 저만 손해라서 안 봅니다. 

© KBS

다른 하나는, 너무 재미가 없습니다. 연예인들의 소위 '날것'을 보여준다고 포장하지만, 그보다 진짜 날것들이 유튜브와 틱톡에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TV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사생활 프로그램은 문자 그대로 재미가 덜합니다. 심지어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더 생생한 자신을 보여주다보니, 볼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차라리 옛날 예능을 보고 말죠. 
마지막으로, TV 예능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재미가 많아졌습니다. 단순 유튜브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등을 통해서 볼 수 있는 해외 예능과 드라마 등도 많다 보니 굳이 내 시간을 저런 예능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사실, 저만 느끼는 건 아닐 겁니다. 많은 이들이 무한도전, 1박 2일처럼 연예인들이 고생하는 모습에서 재미를 느낍니다. 그들의 웃기려는 노력에서 감동하기도 하고, 슬랩스틱에서 박장대소합니다. 하지만 그런 예능은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커뮤니티 대통합의 현장 © 캡쳐

못 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비용입니다. 모든 예능이 그러지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야외 예능은 제작비가 많이 들고 화려한 세트장이 동반될수록 비용이 커집니다. 연예인들의 출연료는 천정부지로 솟구치는데, 광고 매출은 크게 오르지 않았으며 오히려 상대적으로 낮아졌습니다.

동시에 제작 스태프들의 인건비는 올랐습니다. 이 모든 사실을 종합하면, 제작비가 덜 드는 관찰 예능과 같은 형식이 최적의 결론입니다. 어차피 시청률은 거기서 거기고, 비용을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매출이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에 관찰과 스튜디오 VCR 예능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저 프로그램은 제작진을 갈아 넣으면 끝이거든요 (....)

햄버거 광고도 안됩니다 © 뉴시스 캡쳐

그러면 광고 매출은 왜 높지 않을까요? 우선 규제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TV 방송국 프로그램은 모두 내부 심의팀의 심의를 거칩니다. 심의팀들은 관련 규제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블러 처리를 요구하거나, 삐 처리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문신 부자인 힙합 아티스트들이 파스로 문신을 가린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TV 프로그램에 협찬주명을 쓸 수도 없고, 특정 제품의 광고는 아예 불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제작진들이 OTT에 송출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 했죠. 별 규제가 없으니까요. 갈수록 TV 방송국의 영향력은 줄어드는데, 규제는 여전하다 보니 나름 억울한 면도 있을 겁니다. 규제가 있다 보니 다양한 광고 상품 개발이 어렵고 형태가 뻔하다 보니 광고 단가를 높이기도 어렵습니다.

지금은 더 높아졌을 거예요 © 한국기자협회 

더불어, 시청 연령층의 변화도 큽니다. 무한도전을 보고, 1박 2일과 라디오스타의 거친 맛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이제 TV 앞에 없습니다. TV 앞에는 주로 트로트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부모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방송국 입장에서는 굳이 이걸 만들어야 하느냐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수요 없는 공급일 수밖에 없습니다.
재밌는 것 하나는 연예인들도 하드코어한 예능을 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여러 예능 제의를 받는 연예인 입장에서 요즘 선택지는 정말 다양합니다. 편하게 스튜디오에 앉아서 하는 예능이 좋지, 누구 하나 뙤약볕 아래에서 뛰고 구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상위 티어 말고 중간이나 무명 연예인을 데리고 하면 어떨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아무도 안 볼 거예요. 심지어 과거처럼 '세게' 말하는 컨셉은 논란과 악평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연예인들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예능엔 기회가 있다

이쯤 되면 TV 예능이 문제가 아니라, 예능 자체가 위기입니다. 네, 사실 맞습니다. 예능을 포함한 K-콘텐츠 자체가 양극화 과정에 있고 여기서 다양한 문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한 것 중에 제작진들이 마주할 '문제'는 결국 1) 비용과 2) 수익입니다. 과거 K-콘텐츠는 저렴한 비용 대비 압도적인 아웃풋을 보여주는 '가성비'였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 이후 비용이 크게 솟구쳤으며, 블록버스터 콘텐츠로 인해 높아진 눈높이 때문에 중간 규모의 콘텐츠들은 외면받고 있습니다. 과거 '숏폼'이라 불리던 웹드라마는 어느덧 시장에게 외면받고 있고, TV 드라마도 OTT와 계약을 맺은 블록버스터 아니면 회자되지도 않습니다. 예능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 쿠팡


이런 위기 속에도 나름의 기회는 있습니다. 우선, 여전히 예능은 쌉니다. 요즘 드라마는 우스갯소리로 "예전엔 드라마 한 시리즈 만들 비용이 한 회차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출연 배우의 몸값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배우들의 비용도 올라가고, 원래 몸값이 비싼 영화배우들도 드라마 씬으로 오기 때문입니다. 장르 구분 없이 콘텐츠라는 관점에서 예능은 여전히 쌉니다. 그렇기에 플랫폼 입장에서는 꽤 매력적이고 효율적인 마케팅 도구입니다. 여전히 SNL을 유지하고 있는 쿠팡플레이와 오리지널 예능으로 가입자를 모으고 있는 티빙의 전략이 그걸 방증합니다.

© 캡쳐

역설적으로 TV를 놓으면,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아예 TV 채널이 아니라 유튜브 채널에만 송출하는 걸로 만들면 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놓고 광고할 수도 있고, 링크를 통해서 생긴 매출을 나눌 수도 있으니까요. 규모가 커지면 시즌을 유지하는 데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비용을 줄이고 돈 벌 수 있는 장치가 많아지면 당장은 안 되더라도 미래(다음 시즌)를 담보할 수 있으니까요.

전 연예인들의 망가짐과 슬랩스틱을 사랑합니다. 희극인들이 스스로를 불태워서 만드는 웃음은 참으로 가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볼 수 없다는 것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드코어하고, 빡센 예능은 앞서 말한 제작 구조의 문제와 문화의 변화로 인해 보기 어렵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넷플릭스가 만들어낸 콘텐츠 제작 비용 인플레이션이 어떤 결과를 더 가져올지 궁금했습니다. 제조업 국가 한국은 모든 분야를 싸게 잘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과연 앞으로도 훌륭한 생산기지로서 위치를 지킬 수 있을까요?
편집/윤문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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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구현모>의 코멘트

찾았다 나의 꿀잠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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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후니 • 찬비 •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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