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늘 같은 검은색 터틀넥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같은 옷을 여러 벌 구비해 둔 덕이죠. 최근 잡스만큼은 아니지만, ‘간소한 의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해요. 이른바 ‘캡슐 옷장’을 꾸리려는 사람들이죠. 최소 가짓수의 옷으로 최대의 패션 효율을 낼 수 있는, 작지만 엄선된 옷장을 의미합니다.
오늘 비크닉은 바로 이 캡슐 옷장 트렌드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캡슐 옷장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또 이런 트렌드 속에 숨겨진 의미는 무엇인지를요. 계절이 바뀌며 쇼핑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금, 좀 더 주목해봐야 할 움직임이니까요.
이후 캡슐 옷장이 TV와 잡지 등 대중매체에 자주 등장하게 된 건 2000년대 이후에요. 자라·H&M 등 이른바 패스트 패션이 활성화했던 시기와 맞물리죠. 옷 쇼핑이 쉬워지고 너도나도 뚱뚱한 옷장을 구비하게 되면서, 더 효율적이고 단순한 옷장에 대한 요구가 나타나기 시작해요.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블로그나 유튜브에 캡슐 옷장 관련 콘텐트가 늘고 있어요. 주로 생활을 간소하게 정리하는 미니멀리즘과 결합해 옷장을 정리해 단순한 상태로 유지하려는 움직임이에요.
직접 만나서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5년 동안 옷을 사지 않았지만, 평생 입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옷이 있다는 그는 “80억 인구가 매년 800억 벌의 옷을 사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답니다. 또 “옷의 개수를 세고 용도를 분류해 눈에 보이는 형태로 진열해 두는 캡슐 옷장은 무심코 쇼핑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유행의 흐름을 타지 않고 완전히 내려버리는 것”이라는 말도 보탰습니다. 옷장은 어차피 유행을 못 따라가고, 최신 유행의 옷을 계속해서 쇼핑할 것이 아니라면 거기서 자유로워지는 게 낫다는 의미죠.
캡슐 옷장은 단지 저렴해서, 유행이라서 옷을 무한정 늘리는 습관의 정 반대에 있습니다. 캡슐 옷장을 두고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대한 반발로 해석하는 이유죠. ‘무슨 옷이 유행할까’가 아니라 ‘내 옷장과 스타일을 어떻게 멋지게 유지 할까’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효율적인 캡슐 옷장을 꾸리려면 결국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나의 취향이 유행보다 중요해진 거죠.
봄을 맞아 쇼핑 계획을 세우셨다면, 잠시 멈추고 옷장에 있는 옷부터 꺼내 정리해보는 건 어떨까요. 캡슐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가 어떤 옷을 가졌는지를 알면 쇼핑이 훨씬 수월해질 테니까요.